공기업인 강원랜드의 한 팀장은 2021년 강원랜드 호텔 기프트숍 입찰과 관련해 평가위원들에게 특정 업체에 대해 “잘 평가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업체가 선정되지 않았지만 해당 팀장은 면직 처분과 함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부정 청탁 혐의가 인정돼 과태료 200만 원을 물었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은 단순 부탁만으로도 공직자를 처벌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에게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원안에는 없던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법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10년 동안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면 처벌하도록 했지만, 정작 배우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 국회의원 ‘셀프 면죄부’ 10년간 불변
2015년 3월 청탁금지법 제정 당시에도 선출직 공직자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추가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청탁금지법을 최초로 제안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당시 해당 조항이 추가된 것에 대해 “원안에 없던 내용으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의 브로커화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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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10년간 청탁금지법이 8차례 개정되는 동안 공익을 명분으로 한 이 ‘셀프 면죄부’ 조항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진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청탁한 의혹에 대해 “공익적 목적의 민원 전달”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김 의원에 대해 청탁금지법 대신 알선뇌물약속 혐의만 적용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청탁금지법 5조 2항 4호에는 ‘공공기관에 직무를 법정기한 안에 처리해 줄 것을 신청, 요구하거나 진행 상황, 조치 결과 등에 대해 확인, 문의하는 행위’도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을 넘는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 조항을 8개나 두고 있어 “선출직 공직자는 무풍지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양시의 한 공무원은 2018, 2019년 추석과 설 명절에 총 4만 원 상당의 사과와 배 각각 한 상자를 받아 징계를 받았다. 반면 재선 의원 보좌관 출신 이모 씨는 “명절을 앞두고 피감기관이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가액이 넘는 한우 세트를 의원 개인 자택에 보내왔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 배우자는 금품 받아도 처벌 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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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수수를 금지한다. 하지만 배우자에게 금품을 건넨 사람은 처벌하지만 받은 배우자에 대해선 처벌 조항을 두지 않는다. 공직자 본인 역시 배우자의 직무 관련 금품 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때만 처벌한다.
2019년 장세용 당시 구미시장의 배우자 김모 씨는 시의원으로부터 4만 원 상당의 건강 진액 두 박스를 받았다. 장 시장 역시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를 물었다. 그러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이 취소됐고, 김 씨 역시 애초부터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사건에도 이런 문제.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17일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만 배우자 수수 미신고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김 여사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2024년에도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와 관련해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는 배우자를 제재할 수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대해 이근우 가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 법감정과 실제 법 사이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며 “고위공직자 등 일부 배우자에게만 처벌 조항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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