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꺼져도 연기가 남긴 대기오염의 영향은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불에서 배출된 물질이 대기 중 다른 성분과 계속 반응하면서 새로운 물질로 변하는 '화학적 노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물질 가운데 생물에 해로울 가능성이 있는 후보도 찾아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소재연구본부 김영환 박사 연구팀이 경북대 김성환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산불의 영향을 받은 초미세먼지를 분석해 대기 중 화학적 변화를 추적했다고 28일 밝혔다.
산불 초미세먼지의 성분과 독성 평가 연구를 나타낸 모식도. 연구팀 제공(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2025년 4월 대구 함지산 산불 당시 채취한 초미세먼지와 산불이 끝난 약 2주 뒤 채취한 시료를 비교했다. 산불 등 연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소 함유 유기오염물질 9종을 분석한 결과, 산불 당시 평균 농도가 산불 이후보다 약 3.4배 높았다.
이어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FT-ICR MS)를 이용해 초미세먼지에 포함된 수천개 성분의 분자식을 분석했다. 산불 영향을 받은 초미세먼지에서는 산소와 질소를 포함한 유기화합물의 분자 조성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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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산불에서 나온 물질이 대기 중에서 지속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분자 조성이 변하는 과정을 '대기 중 화학적 노화(atmospheric aging)'라고 설명했다. 산불이 끝난 뒤에도 이미 배출된 물질은 이동하는 동안 다른 물질과 반응하면서 성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분석에 컴퓨터 예측 더해 유해 후보 추적
다만 질량분석으로 얻은 분자식만으로 물질의 정확한 구조까지 알아낼 수는 없다. 같은 분자식을 가지면서 구조가 서로 다른 물질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컴퓨터로 가능한 화학반응을 예측했다. 산불과 도시 대기오염에 관련된 물질 12종을 선정해 이들이 공기 중에서 반응할 경우 어떤 물질로 바뀔 수 있는지 계산한 뒤, 예측된 생성물의 분자식과 실제 초미세먼지에서 검출된 분자식을 비교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가운데 리모넨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된 생성물이 산불 기간 실제 분석 결과와 가장 많이 일치했다.
공동 연구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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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건도 경북대 박사과정(공동제1저자), 안윤경 KBSI 수도권센터 책임연구원(공동제1저자), 김영환 KBSI 소재연구본부 책임연구원(공동교신저자), 김성환 경북대 교수(공동교신저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예측한 후보 물질의 구조를 토대로 수생생물에 대한 독성 가능성도 분석했다. 소나무 등에서 자연적으로 배출되는 휘발성 물질인 '베타피넨'과 '알파피넨'에서 유래한 일부 질소 함유 물질이 상대적으로 독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실제 생물시험을 통해 독성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후보 물질이 실제 초미세먼지에 해당 구조로 존재하는지와 어느 정도의 독성을 갖는지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가 특정 산불과 단일 관측지。을 대상으로 했다는 。도 한계다.
김영환 KBSI 박사는 "산불의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산불 당시 배출되는 오염물질뿐 아니라 이들 물질이 대기 중에서 이동하고 변화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2차 오염물질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과 컴퓨터 예측을 결합해 이러한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추적하고 잠재적 위해성까지 평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환경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멘털 리서치(Environmental Research)' 온라인판에 지난 5일 게재됐다.
분자식과 실제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