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숙(앞줄 오른쪽 세 번째) 논산은혜성결교회 목사와 조일래(앞줄 오른쪽 네 번째) 목자재단 이사장 및 작당선교회 목회자들이 지난 2일 충남 논산은혜성결교회 앞에서 100번째 리모델링 공사를 기념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충남 논산은혜성결교회(설명숙 목사) 밖으로 강대상과 의자 등 예배당 집기들이 놓여 있었다. 내부를 통째로 손보는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천장 마감재를 걷어낸 예배당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드러나 있었다. 9명의 작업자는 공구를 들고 손이 필요한 곳을 찾아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겼다. 각자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이끈 목회자들이 손에 공구를 들었다.
교회는 수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작은교회의 리모델링을 돕는 목자재단(이사장 조일래 목사)의 100번째 지원 교회였다. 작업을 맡은 이들은 별도의 충남지역 목회자 모임 ‘작당(作堂)선교회’ 회원들로 6년간 지역 교회의 예배당과 사택을 고쳐왔다.
설명숙(70) 목사는 달라질 교회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교회 바로 앞에 인테리어 업체가 있었지만 수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견적을 내는 것조차 망설였다. 16년간 이곳을 지켜온 그는 남편 목사를 먼저 떠나보낸 뒤에도 목회를 이어왔다. 교회 형편이 어려워 최근에는 사회복지사 일을 병행하며 장애인을 돌봤고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내년 은퇴를 앞둔 설 목사의 고민은 후임 목회자가 이곳에서 사역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례비도 넉넉지 않고 사택도 없어 새 목회자를 청하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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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후임 목회자가 임대료 부담 없이 목회를 이어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빚을 내 건물을 샀다.
건물을 마련했지만 내부 수리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설 목사는 지난해 목자재단에 리모델링 지원을 신청했고 목자재단은 30곳 안팎의 현지 답사와 견적 검토를 거쳐 100번째 지원 교회로 선정했다. 재단이 약 2000만원을 지원했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충남지방 권사회와 여전도회의 후원도 보태졌다.
공사비를 절반으로 낮추는 데는 목회자들의 재능기부가 한몫한다.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자재도 가격과 쓰임새를 따져 고른다. 현장에서 쓰는 공구 상당수도 목회자 개인 것이다. 이우호(58) 부여 함양교회 목사는 목공·전기 작업에 쓰는 공구만 큰 것 위주로 15종가량 갖고 있다. 현장에 따라 차에 싣는 공구 무게가 100㎏을 넘기도 한다.
작당선교회 목회자들이 예배당 내부에서 목공 작업을 하는 모습.
이날 공사를 총괄한 채종석(63) 채산성결교회 목사는 인원을 배치하고 자재를 챙겼고, 이 목사는 전기 작업을 맡았다. 임병철(64) 부여 금강교회 목사는 뜯어낸 벽면에 석고보드를 다시 대고 있었다.
전문적으로 목공이나 인테리어를 배운 이들은 아니다. 작은교회를 직접 짓고 고치거나 이전 직업과 경험을 살려 현장에서 기술을 익혔다.
작당선교회의 시작에는 채 목사가 과거 받았던 도움이 있었다. 30년 전 시골교회를 지을 때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은 그는 그 고마움을 마음의 빚처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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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과거 목회했던 교회의 리모델링 요청을 받고 다시 공사에 나섰고, 이후 주변 작은교회의 부탁이 이어지면서 충남지역 목회자들이 하나둘 합류했다.
목회자인 만큼 예배 공간을 보는 기준도 남달랐다. 이 목사는 강단이 잘 보이는지, 성도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먼저 살핀다고 했다. 그는 “‘은혜만 있으면 되지 외적 환경이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예배 공간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목사에게는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는 의미도 있다. 그는 작은교회에서 34년째 목회하며 교회를 두 차례 직접 지었고, 자신의 교회 내부 공사를 동료 목회자들이 도와준 뒤부터 다른 교회의 예배당과 사택, 교육관을 고치러 다녔다. 임 목사는 “도움을 받았으니 물질로는 못 도와도 재능으로는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성도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모습을 보며 이것도 하나의 선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작당선교회 목회자들은 한 해 4~6차례 이런 현장에서 만난다. 각자 교회를 맡고 있어 시간을 내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목사는 “안 바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래도 채 목사는 “교회 안에만 있다가 이렇게 함께 나와 일하면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고 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목회 이야기도 나눈다.
설 목사는 목회자와 성도가 먼저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야 한다는 뜻에서 교회 이름을 ‘은혜교회’로 지었다. 그는 “이른 비도 중요하지만 늦은 비도 중요하다”며 “은퇴를 앞두고 늦은 비처럼 찾아온 은혜여서 더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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