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제공
이번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수많은 사람과 배, 동물 등의 형상이 새겨진 삼각형 무늬가 그려졌다. 폴리네시아인들이 드넓은 태평양을 항해하며 새로운 섬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은 유전적 변화를 표현했다. 과학자들은 약 7000km 떨어진 하와이와 이스터섬(라파누이) 주민들이 유전적으로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태평양 폴리네시아 주민들의 유전체를 분석해 고대 이주민들의 이동 경로와 이들이 남긴 유전적 영향을 추적하고 연구결과를 8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태평양에는 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섬들이 많다. 폴리네시아인들은 약 1000년 전부터 배를 타고 태평양의 외딴섬들을 개척했다. 별과 바람, 해류 등을 활용해 수천 km 떨어진 섬까지 항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멀리 떨어진 섬들의 주민들이 얼마나 가까운 조상을 공유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폴리네시아인들의 이동 과정에서 나타난 '창시자 효과(founder effect)'에 주목했다. 창시자 효과는 소수의 사람들이 기존 집단을 떠나 새로운 집단을 만들 때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고 특정 유전변이의 빈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꽁머니릴게임
.
예를 들어 1000명이 사는 마을에서 20명이 새로운 섬으로 이주하면 이들이 가진 유전 정보만 후손들에게 전달된다. 원래 마을에서는 드물었던 유전변이가 새로운 섬에서는 상대적으로 흔해질 수 있다. 이를 '유전적 병목 현상'이라고 부른다.
폴리네시아에서는 소수의 이주민이 새로운 섬에 정착하고, 그 후손 일부가 다시 다른 섬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창시자 효과가 누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주민 1050명의 전장유전체와 새롭게 확보한 라파누이 주민 12명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올오브어스(All of Us)' 연구에 참여한 하와이 원주민과 사모아·통가 주민들의 유전체도 비교했다.
현대 주민들의 유전정보가 담긴 디옥시리보핵산(DNA)에는 유럽인이나 아시아인 등 다양한 조상의 유전정보가 섞여 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폴리네시아 조상에게서 유래한 DNA 구간만 구분해 분석했다. 특히 서로 다른 사람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동일한 DNA 구간을 얼마나 많이 공유하는지 비교해 집단 사이의 유전적 관계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거리가 약 7000km 떨어진 하와이와 라파누이 주민들이 다른 폴리네시아 집단보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이야기예시
. 하와이 주민들과 공통 조상 유래 DNA를 가장 많이 공유한 집단은 라파누이 주민이었고 망가레바 주민이 그 다음이었다.
연구팀은 두 섬의 주민들이 망가레바에 뿌리를 둔 장거리 항해자 집단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초장거리 항해 문화를 '홀로모아나 누이(Holomoana Nui)'라고 이름 붙였다. 실제 항해 경로나 항해 집단의 이동 순서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섬을 계속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전적 병목 현상도 뚜렷했다는 설명이다. 외딴 폴리네시아 섬 주민들의 공통 조상 유래 DNA 공유량은 창시자 효과가 강한 집단으로 알려진 핀란드인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유전적 병목 현상은 오늘날 주민들의 질병 위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주민들에게서 안구 수정체 탈구, 망막 변성, 신장질환과 관련된 병원성 유전변이 3종이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섬별 질병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폴리네시아인들의 항해 역사를 복원하는 동시에 인구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ec7662
sans-ser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