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주 하노버카운티. 광활한 농경지 사이로 간간이 차량만 오갈 뿐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사전투표소만큼은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선거관리원은 “아직 오전인데도 벌써 478명이 투표를 마쳤다”며 “예년과 비교해도 투표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버지니아주에서 만난 29세의 제시는 “이민정책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내 또래 중 많은 사람이 집값이 너무 비싸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간 뉴욕 맨해튼은 하원의원 선거구 4곳을 민주당이 싹쓸이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지역인 만큼 선거 공보물조차 보이지 않았다. 뉴저지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50대 남성은 “트럼프라는 이름은 듣기도 싫으니 꺼내지도 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음 날 찾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서니베일은 ‘빅테크의 본산’답게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억만장자세’ 부과에 대한 반발이 공존하고 있었다.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의 열기가 더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원 유세를 통해 정면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플로리다주 팜비치카운티의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짜 부패한 것은 민주당”이라며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에 모든 민주당 인사가 연루돼 있다”고 밝혔다. 최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정부 부패’를 우려하는 비율이 88%로 ‘고물가(85%)’를 앞서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형편없다”고 폄하했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민주당 지원 유세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혼란과 잔혹함·부패·무능의 2년”이라고 맹폭을 가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100명의 상원의원 중 35명, 435명의 하원의원 전원, 39개 주(州) 및 자치령의 주지사, 주의원 등을 뽑는다. 대다수의 예측 기관은 하원은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원은 민주당 소폭 우세를 .치는 가운데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 트럼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전 안했으면 美가 피폭” VS “반이민 정책 탓 농장 폐쇄”
릴게임 신천지 불새
하노버 카운티가 속한 연방하원 제1선거구는 현역 롭 휘트먼 의원(공화, 하원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내리 10선을 할 만큼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심상치 않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9월 23~28일 워싱턴포스트(WP)와 조지메이슨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섀넌 테일러 후보의 지지율은 50%로 오차 범위 4.5%포인트 내이지만 휘트먼 의원(46%)을 앞섰다. WP는 이곳을 “이번 중간선거의 풍향계가 될 선거구 중 하나”로 평가했다.
23일(현지 시간) 이곳에서 사전투표를 한 후 인터뷰에 응한 유권자들은 공화·민주 양당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년의 여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판단력이 뛰어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란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해 미국 본토를 공격했을 것”이라며 “여기 폭탄이 떨어지기를 바라느냐”고 반문했다.
현장에서 투표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공화당 후보에게 마킹이 돼 있는 투표용지 샘플을 나눠주던 29세의 제시는 “10년 전보다 수천만 명이나 많은 이민자가 미국에 살고 있다”며 “주택을 놓고 경쟁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이 인위적으로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투표용지 샘플을 나눠주는 것은 합법이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이란 전쟁 때문에 유가가 올랐다는 불만도 많다’는 질문에 “생활비 문제가 유권자의 큰 관심사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경제라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해서 그런 문제를 하룻밤 사이에 해결할 수는 없다”며 “주요 경제 정책은 효과를 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것과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권자는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곧바로 급락할 것”이라며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에 비하면 감수할 만한 대가”라고 역설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들이 이란을 비난하면서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행동에 옮겼다”며 “트럼프 대통령 만큼 미국을 진정으로 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대통령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황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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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 지지자도 많았다. 중년의 여성 셸리 러빙 라이더씨는 “이곳은 시골이라 농업이 주요 산업인 만큼,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멕시코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에 의존해온 농장들이 많다”며 “노동자들이 계속 머물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현직 하원의원인 휘트먼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근처에 토마토 농장이 하나 있었는데 일꾼을 구하지 못해 실제로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휘발유와 디젤 가격도 큰 우려 사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를 면제한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한 표를 행사했다는 줄리아씨는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대로 해낸 것이 없고 그의 행정부 인사들은 그저 그의 잘못된 결정을 변명해 주는 추종자들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행정부의 부족한 인류애, 전쟁, 탐욕에 반대한다”며 “연방정부 내의 비리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지지자는 “이란 전쟁은 끔찍한 결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이런 미국의 모습을 보여줘서 창피하다. 미국은 이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뉴욕·뉴저지는 민주당 압승 분위기…“AI 규제 후보에게 표 던질 것”
24일 나란히 사전투표를 시작한 뉴욕·뉴저지주에서는 민주당 초강세 지역답게 공화당 지지세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뉴저지주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코리 부커 현 의원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12석이 걸린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10석가량을 휩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저지 버건카운티 곳곳에도 제5선거구 현역 연방 하원의원인 민주당의 조시 고트하이머 후보의 홍보물만 주택가와 도로변 곳곳에 배치돼 있을 뿐 경쟁 상대인 공화당의 션 커레인 후보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뉴욕시를 포함한 뉴욕주에서는 26석이 걸린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20석 이상을 차지하고 주지사 선거도 현직인 캐시 호컬 주지사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매우 높게 。쳐지고 있다.
다만 뉴욕 시민들은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규제할 후보에 주목했다. 20대 마리아 씨는 “AI가 일자리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AI 규제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친노동 인사들이 더 많이 의회로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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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럼프 열기에도…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놓고 민주당 충돌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억만장자 부유세 주민투표에 중간선거보다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유세는 민주당 진영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24일(현지 시간)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서니베일에서는 민주주의 수호 거리 시위가 펼쳐졌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테슬라 타도(teslatakedown)’ 행사였지만 선거를 앞둔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비판하는 팻말들이 대거 등장해 반트럼프 시위를 방불케 했다. 테슬라 타도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장관을 맡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과두정치를 멈추라며 시작된 불매운동으로 전국적으로 테슬라 매장 주변에서 열린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동시에 14개 주민투표 안건을 표결에 부치기 때문에 그 어느 주보다도 투표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자동차 후방 유리에 수성펜으로 사전투표 독려 글을 작성하는 이색적인 모습도 보였다.
캘리포니아의 사전투표에 대한 관심이 특히 뜨거운 것은 주민발의안 제40호(Proposition 40) 때문이다. 순자산 10억 달러(1조 3270억 원) 이상인 억만장자 재산에 5%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으로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캘리포니아를 떠난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거주지 이전을 고민하다가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하면서 캘리포니아에 머물기로 했다.
부유세는 민주당 정치인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부유세에 반대한 가운데 칸나 연방 하원의원은 “억만장자들이 남아서 세금을 낼 방법을 찾아낼 것 같다. 개빈, 당신과 세르게이 브린은 억만장자 대거 이탈에 대한 공포 조장을 멈춰라”고 직격했다.
UC버클리대 시트린 여론조사센터와 폴리티코가 1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유세 통과에 대해 찬성 46%, 반대 43%를 기록했다. 시장 예측 웹사이트에서는 통과 확률을 30% 미만으로 보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민주당은 8월 부유세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열린 민주주의 지지 시위 참가자들이 “적(러시아)에게 원조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반역”이라는 글귀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얼굴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창영 특파원
뉴욕시를 포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