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홈페이지. 표준국어대사전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3년간 국립국어원에 접수된 국어사전 수정 민원의 절반 가량이 젠더나 성소수자 관련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3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어사전 표제어나 뜻풀이 수정을 요청한 민원은 총 265건이다. 이 중 불수용 등을 제외하고 국어사전에 반영된 민원은 216건이고, 5건은 검토 중이다.
민원 내용을 보면 오탈자·어법 지적 등 표제어 관련이 138건(52.1%)으로 가장 많았다. 젠더·성소수자 표현 문제가 119건(44.9%)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비하 표현(4건), 인권·장애인 차별 표현(3건), 종교 편향(1건) 순이었다.
한 보수 단체는 ‘양성평등’을 ‘남성과 여성의 평등’으로, ‘성평등’을 ‘사회적 의미의 성평등’으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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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원은 성평등이 남녀평등의 뜻뿐만 아니라 젠더평등의 뜻으로 쓰이는 용례를 확인한 뒤, 지난해 12월 ‘성평등’의 뜻풀이를 ‘성별’에서 ‘성별 또는 젠더’로 수정했다. 양성평등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정의할 경우 차별의 의미가 담길 수 있음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어가 지칭하는 당사자들의 정체성을 존중해달라는 민원도 있었다. 한 농인 단체는 “‘청각에 장애가 있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과 ‘농인’은 동일한 말이 아니며, ‘농문화’는 수어에 기반한 고유한 문화”라며 뜻풀이 수정을 요청했다. 국어원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지난 7월 ‘농인’ ‘농문화’ 뜻풀이에서 기존 ‘청각장애인’의 표현을 ‘농인’으로 고쳤다.
뜻풀이 편향 지적도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기도’ ‘은혜’ 등의 예문이 기독교 중심이라며 수정을 요구했다. 국어원은 조계종 측의 대안 제시를 거쳐 내년 상반기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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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원 관계자는 “기도 등의 단어는 종교단체에서 어떤 설명을 쓰는지 민감하게 주시하는 대표적인 어휘”라며 “편향 논란을 피하려다 보니 사전 본연의 맥락이 건조해지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달라는 민원도 있었다. 반크는 아프리카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이 일부 단어 뜻풀이에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국어원은 지난 4월 ‘암흑대륙’ ‘호텐토트족’ ‘부시먼족’ ‘피그미’ 등 단어에 제국주의 시절 사용 맥락과 ‘낮잡아 이르던 말’ ‘조롱하여 만든 명칭’ 등의 설명을 추가했다. 소방 업무가 다변화됐다는 소방청 요구에 따라, 국어원은 ‘소방’ 등 뜻풀이에 화재 진압 외 ‘재난·재해 및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 활동과 구급 활동’을 추가해 이달 중 반영하기로 했다.
임 의원은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국립국어원은 사회에 실제로 쓰이는 언어와 시대 변화를 객관적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살피되 사전 편찬의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사전 편찬의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