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일러스트.
서울의 쓰레기는 매일 사라진다. 새벽이면 수거차가 골목을 돌고, 아침이면 종량제봉투가 치워진다. 시민에게 쓰레기 정책은 대개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눈앞에서 사라진 쓰레기가 서울에서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거 이후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까지 묻는 순간, 도시의 민낯이 드러난다.
올해 1월부터 수도권에서는 생활폐기물을 아무 처리 없이 묻는 직매립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매립지 부담을 줄이고 자원순환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서울이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충분한 시설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법은 바뀌었지만 처리시설은 좀처럼 따라오지 못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종량제폐기물의 민간 위탁 처리량은 지난해 하루 평균 141톤에서 올해 상반기 457톤으로 늘었다. 비중도 5.4%에서 17.4%로 뛰었다. 시민이 내놓는 쓰레기 양이 갑자기 폭증한 결과가 아니다. 기존 매립 물량을 받아낼 공공시설이 부족해 민간에 맡긴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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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는 민간 소각업체가 없어 소각 물량을 다른 지역 시설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비수도권으로 반출된 물량이 올해 상반기 전체 종량제봉투 처리량의 약 1%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감량 정책으로 하루 47톤을 줄이고, 공공 소각량도 지난해보다 늘렸다는 입장이다. 실제 감량 노력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비수도권 반출이 적다고 해서 서울 밖 시설에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신규 시설 확보는 더 큰 숙제다.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하루 1000톤 규모의 소각장을 건립하려 했지만 주민들이 낸 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했다. 결국 지난 3월 상고를 포기하고 사업을 철회했다. 주민 반발을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할 수도 없다. 기존 시설을 떠안아온 주민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하려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한 분담 원칙부터 설득했어야 했다. 법원 판단에는 행정절차적 흠결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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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으로 내놓은 기존 자원회수시설 현대화 역시 단기간에 끝낼 수 없다. 낡은 시설의 처리 효율을 높이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공사 기간의 처리 공백, 주민 수용성, 실제 늘어나는 소각량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일정표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화하겠다’는 선언만으로 민간 의존을 언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과 처리시설을 확보하는 일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시민에게 종량제봉투를 하나 덜 쓰자고 요청했다면, 행정은 재활용 시설 확충과 자치구별 감량 실적, 민간 위탁 비용, 소각시설 투자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폐기물 발생량이 얼마나 줄었는지뿐 아니라 누가 어디에서 어떤 비용으로 처리하는지도 평가받아야 한다.
쓰레기는 선거 때만 보이는 현안도, 특정 자치구가 홀로 감당할 문제도 아니다. 광역도시를 운영한다는 것은 불편한 시설과 그 부담을 둘러싼 갈등까지 조정한다는 뜻이다. 서울은 깨끗한 거리를 만드는 데 익숙하다. 이제는 그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지역과 미래에 어떤 비용을 떠넘기고 있는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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