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스파클링 와인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꺼내는 술로 여겨졌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샹파뉴에서 생산하는 샴페인은 고급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술을 마시기 위해 특별한 날을 기다리기보다 식전주로 즐기거나 음식과 곁들여 가볍게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샴페인보다 가격 부담이 덜하면서도 제대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와인이 프랑스의 ‘크레망(Cremant)’이다. 샴페인과 크레망은 생산지가 다르지만, 베이스 와인을 병에 담아 2차 발효시키고 효모와 함께 숙성해 기포와 풍미를 얻는 핵심 양조 방식은 같다. 다만 샹파뉴에서 정해진 규정에 따라 생산한 와인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부르고뉴와 알자스, 루아르 등 프랑스의 다른 산지에서 각 지역 규정에 따라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크레망으로 불린다.
크레망은 샴페인처럼 손이 많이 가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면서도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가격을 갖춰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 크레망 생산자연맹에 따르면 2025년 프랑스 8개 크레망 원산지의 판매량은 1억2290만병으로 전년보다 7.5%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58% 넘게 늘었다. 이 가운데 크레망 드 부르고뉴 판매량은 약 2586만병으로 전년보다 9.6% 증가했다.
그래픽=손민균
파칭코슬롯
크레망 드 부르고뉴는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부르고뉴에서 생산한다. 샴페인에도 두 품종을 사용하지만, 크레망 드 부르고뉴에서는 부르고뉴에서 자란 포도가 산지의 개성을 드러낸다. 샤르도네는 와인에 산뜻한 산미와 정교함을 더하고, 피노 누아는 구조감과 과실 풍미, 넉넉한 질감을 만든다. 가볍게 기포만 즐기는 스파클링 와인을 넘어 식사와 함께 마실 수 있는 깊이를 갖춘 이유다.
앙리 샴플리오(Henri Champliau)의 ‘브뤼 어쎈틱(Brut Authentique)’은 피노 누아의 비중을 85%까지 높여 부르고뉴 크레망의 개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와인이다. 부르고뉴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는 대부분 고급 레드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스파클링 와인용 포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생산자는 피노 누아가 주는 힘과 우아함, 복합적인 풍미를 하우스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이 와인을 만드는 앙리 샴플리오는 부르고뉴 코트 샬로네즈의 메르퀴레에 자리한 가족 경영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다. 알렉상드르 그라파르(Alexandre Graffard)가 2016년 설립했으며, 와이너리 이름은 그의 할아버지 앙리 샴플리오에게서 따왔다. 현재 크레망 드 부르고뉴와 스파클링 와인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릴게임갓
앙리 샴플리오는 여러 향이 한꺼번에 튀어나오기보다 각각의 풍미가 섬세하게 드러나고, 입안에서는 가볍게 펼쳐지면서도 여운은 길게 남는 와인을 추구한다. ‘어쎈틱’이라는 이름에도 이러한 생각이 담겼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만 사용해 산지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스파클링 와인의 기초가 되는 베이스 와인 생산에 맞춰 포도밭을 관리하고, 포도는 손으로 수확한다. 수확한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한 뒤 포도밭과 품종에 따라 각각 양조해 여러 종류의 베이스 와인을 확보한다.
이후 모든 탱크의 와인을 블라인드로 시음한다. 생산자는 제시된 베이스 와인 가운데 약 3분의 2를 제외하고 품질과 하우스 스타일에 부합하는 와인만 골라 블렌딩한다고 설명한다. 많은 원액을 사용하는 대신 가장 좋은 요소만 선별해 브뤼 어쎈틱의 일관된 맛을 완성하는 것이다.
블렌딩을 마친 와인은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거쳐 기포를 얻는다. 이후 병을 눕힌 상태로 효모 찌꺼기와 함께 최소 18개월 숙성한다. 숙성이 끝난 뒤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고르주망을 하고, 다시 4개월을 기다린 다음 시장에 내놓는다.
잔에서는 섬세한 기포와 함께 은은한 붉은 과실 향이 피어오른다. 입안에서는 과실 풍미와 신선한 아몬드 향이 어우러진다. 식전주로 마시기 좋고, 크림소스를 곁들인 닭고기나 블랑케처럼 부드럽고 진한 흰 살코기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스파클링 와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국내 수입사는 젠니혼주류다.
nt-we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