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로 필자를 찾은 50대 남성 A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평소에 사업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오른 쪽 뒷목이 뻣뻣하고 오른 쪽으로 편두통이 자주 나타나곤 하였다. 그런데 사업상 사기를 당하면서 3개월 동안 근심 걱정하면서 잠이 잘 들지 못하고 꿈을 많이 꾸면서 몸이 피로감이 심해졌다. 그러면서 오른 쪽 뒷목이 더욱 뻣뻣해지고 어깨가 무거우며 뒷목에서 뒷머리로 뻣치는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시로 두통약을 먹게 되었다. 얼굴로 열이 달아오르고 입이 자주 마르고 쓰며 오후가 되면 눈의 피로감이 심하였다. 사기를 당한 이후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며 잘 놀라고 마음이 우울해지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악몽을 많이 꾸게 되었다. 식욕이 없어지고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가스가 많이 차며 구역감이 있고 신경쓸때는 변비가 나타났다.
사기를 당한 3개월 후에 갑자기 머리를 감을 때 머리가 많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오른쪽 앞머리와 오른쪽 옆머리, 왼쪽 옆머리에 원형탈모가 생기더니 8개월이 지나서는 원형탈모가 5개가 되고 오른쪽 앞머리는 원형탈모가 500원짜리 동전 3개 만큼 커지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때나 지하철을 탈때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담(膽 쓸개)은 육부(六腑)의 하나로서 담즙을 저장하고 분비하여 소화를 돕는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담은 중정지관(中正之官)으로 결단(決斷)을 주관한다고 하였다. 결단이란 사물을 판단하고 최후의 결정을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겁이 없고 용감한 사람을 담력(膽力)이 있다고 말한다. 담의 결단기능은 정신에 자극을 주는 스트레스 같은 불량한 요소들을 방어 또는 제거하여 기혈이 정상적으로 운행하도록 한다. 담기(膽氣 담의 기능)가 건강하며 결단적인 사람은 정신에 미치는 자극이 격렬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회복도 비교적 빠르지만, 담기가 약한 사람은 그로 말미암아 질병이 발생하는 일이 많다.
속상함, 억울함, 분함, 화남, 증오심, 우울감 등으로 정신에 자극이 오래 지속되면 담기(膽氣)가 울체되고 그 상태가 계속되면 열을 발생하여 담열(膽熱)의 병리변화가 형성된다. 담열이 있으면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이 눈의 외측에서 시작하여 귀 뒤를 돌아 옆머리를 경과하므로 측두통(側頭痛), 눈피로, 난청이 나타난다. 또한 담열이 있으면 열이 위로 올라 족소양담경이 지나가는 옆머리 부위에 혈액을 마르게 하기 때문에 그 부위에 모발이 가늘어지고 원형탈모가 나타난다. 임상에서 옆머리 쪽으로 원형탈모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큰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경우 나타난다. 담열이 있으면 입이 마르고 쓰며, 옆구리 통증, 상열감, 구토, 화를 잘냄, 불면증, 식욕감퇴, 소화불량 심하면 황달이 나타난다.
담열이 있을 경우 치료하는 대표적인 한약은 시호(柴胡)이다. 시호는 산형과의 시호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성질은 차가우며 쓴맛을 가진다. 담(膽)과 간의 경락에 작용한다. 성질이 차가워 열을 떨어뜨리는 효능이 있어 상열감, 두통, 어지러움증, 눈피로, 이명의 증상을 치료한다. 담열이 있을 경우 시호와 황금, 황련의 한약을 배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담열이 있을 경우 치료하는 경혈은 양보혈(陽輔穴)이다. 양보혈은 족소양담경의 38번째 경혈로 무릎 외측 중앙에서 발목 외측 복숭아뼈까지를 4등분하여 복숭아뼈에서 무릎방향으로 1/4되는 부위이다. 양보혈은 열을 떨어뜨리는 효능이 있어 상열감, 안면홍조, 눈의 충혈, 편두통, 인통(咽痛), 황달, 담낭염, 요통 등을 치료한다. 담열이 있으면서 탈모가 있는 경우 양보혈을 마사지해주면 열을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된다.
A씨의 경우 담열을 치료하기 위하여 시호, 황금, 황련 등의 한약에 모발에 영양을 공급하는 하수오, 복분자, 상심자, 한련초 등으로 구성된 하수오탕을 복용하였다. 담열을 치료하기 위하여 양보혈에 침을 시술하고 두피에 혈액순환을 촉진하면서 모발에 영양을 공급하는 모발약침을 일주일에 2회씩 시술하였다. 모발약침을 8회 시술하자 원형탈모된 부위에서 모발이 올라오고 탈모양도 많이 감소되었다. 이후 추가치료로 원형탈모된 5군데에서 모발이 올라와 굵은 모발이 되었으며 상열감, 두통, 항강증, 소화불량, 수면장애, 변비도 치료되었다.
담열을 떨어뜨리는 한약은 시호 이외에 용담초, 치자, 청호, 인진호, 황금, 황련, 울금, 포공영, 대황, 황백 등의 한약이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담의 경락의 기능을 상실하여 담이 허약해지면 용감하지 못하고 겁이 많아지며 결단하지 못하고 혼자 잠 들지 못하며 한숨을 자주 쉬고 어지러움증, 눈피로가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 인숙산(仁熟散)을 투여하는데, 백자인, 숙지황, 인삼, 지각, 오미자, 산수유, 백복신, 구기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